┌prologue┐

 

 에이스는 건강해보였다. 한눈에 나를 알아본건지 이름을 크게 부르며 다짜고짜 어깨에 팔을 둘렀다. 그를 처음 만나면 내게 화부터 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예상 외로 에이스는 어릴 때부터 노상 그랬듯이 날 친근하게 대했다. 마치 10년이 아니라 열흘간 못 본 사람들 간의 해후였다. 막무가내로 끌려들어간 선술집에서, 공식적인 노닥거림을 위해 서로의 일은 잠시 미루겠다는 연락을 하고 그 동안 못다했던 이야기들을 끌렀다. 얼마동안인지도 모를 만큼 긴 대화가 오갔다. 탁자를 치며 크게 웃기도 하고, 꽤나 진지하게 듣기도 했던 그 시간 동안 문득 에이스가 예전과 비교해서 많이 달라졌다고 느꼈다. 모시 같이 살핏했던 에이스는 이제 다른 사람과 그 자신을 사랑 할 줄 알고, 받을 줄 알게 된 것같았다. 내 앞에서 끊임없이 가족들을 자랑하는 그에게 '이제 행복해보이네, 에이스.' 라고 말을 했더니 그는 하던 말을 멈추고 분명 웃고 있었지만 어딘가 애달픈 표정으로 나를 와락 안았다. 갑자기 왜 그러냐고 질문하려고 했을 때 먼저 선수를 잡은 건 에이스였다.

 "사보, …고마워."

 나는 땀과 눈물 범벅이 된 채로 가쁜 숨을 몰아쉬며 눈을 떴다.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마주한 것은…….

 

 

 

<네 이름에 꽃다발을>

 written by d.taety

 

 

 '아주 고약하기 짝이 없는 인사구나. 아무리 나도 너희에게 편지를 보냈다지만 너마저 일방적인 작별인사를 보내면 어쩌자는거야? 너의 그 유치함과 거만함에 존경을 표한다.'

 작별인사가 아니라 통보였다. 사보는 임무에서 돌아온 다음 지독한 열병에 걸려 침대에서 나오지 못 했었다. 그리고 거의 나아서 이제 방 밖으로 나갈 수 있을 만큼 회복이 된 그 날 그가 신문에서 마주한 것은 에이스의 사망 소식이었다.

 반쯤 이성을 잃은 채 에이스의 복수를 하겠다고 뛰어나가려는 사보를 드래곤이 제지했다. "그를 죽인 건 이 나라인데, 아직 그들을 바꿀 힘이 부족한 나에게조차 맥없이 고개를 숙이는 네가 어떻게 복수를 하겠다는 것이냐. 네가 지금 가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라는 말을 듣고 사보는 흐려져가는 의식 속에 속절없이 에이스의 마지막을 떠나보내야했다.

 

 사보는 지금 출항 준비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사보와 에이스가 어떤 사이였는지 아는 사람은 간부 몇 명 뿐이었지만 그날 이후 혁명군 내 거의 모든 사람이 알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에이스의 무덤으로 간다는 사보의 여행을 듣고 다들 그가 무사하길 바라며 그에게 여분의 생필품이라던가, 건조 음식 몇 자루, 항해에 필요한 새 물품들, 행운을 비는 작은 압화 클로버 팔찌까지 여러가지 것들을 바리바리 챙겨가게 했다. 몇 주, 몇 달의 길테면 길고 짧다하면 짧은 기간인 항해에 앞서 드래곤에게 인사를 하러 갔었다. 그때 저를 막은 일은 원망하지 않습니다. 드래곤의 시선은 사보가 문을 닫고 나갈 때 까지 계속 벽면만 향해있었다.

 사보는 바닷가에 서서 저 수평선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벌써부터 슬퍼하면 안되겠지?"

 바닷바람에 옷깃이 휘날리고 짠 내음이 금세 머리카락 속을 파고들었다. 높푸른 하늘 밑에서 사보는 뱃머리를 힘껏 돌렸다.

 

 풍차들이 제각각 바람에 몸을 맡기고 날개를 돌리는 모습이 저 멀리서도 뚜렷이 보였다. 햇빛이 쨍한 정오쯤 마을 항구 구석에 닻을 내린 사보는 가뿐하게 배에서 내려 마을로 들어갔다. 드래곤씨가 살았었다는 마을이 이곳이구나라고 생각하며 저 멀리에 자리하고있는 산으로 곧장 들어갔다.

 우거진 숲에서 익숙한 내음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 군데도 빼놓지 않고 채워졌다. 돌아서 갈줄 모르는 빛은 제멋대로인 나뭇잎에 걸려 푸른 풀들이 자라나려고 애를 쓰는 땅에 불규칙적인 그림자를 남겼다. 숲은 예전과 같지만 분명 어딘가 달라졌다. 그는 이윽고 산적들이 사는 거처 근처까지 도착했으나 선뜻 다가가진 못 하고 그것을 멀리서 보기만 했다. 이런 식으로 오는 걸 알리고 싶지는 않았다. 어디까지나 그는 속죄하러 길을 되짚어오는 죄인이었다. 사보는 이제 다 담아냈다는 듯 망설임 없이 그 주위를 떠났다.

 기억을 더듬어 길을 찾아냈다. 어릴 때는 숲이 큰 줄도 몰랐는데, 지금 오히려 그 크기를 실감하고 있는 중이었다. 분명 이쯤에서 폭이 한 발바닥 정도 되는 개울물이 나타나야 하는데, 여기에 우리가 표시해놓은 나무가 있었는데, 이만큼 와서 매일 승부를 적어놓은 표지판이 있을텐데하고 옛날 추억에 젖어들던 그는 언뜻 봐서는 그대로인지, 작아진건지 가늠할 수 없지만 분명 그 자리를 지난 십 년동안 지키고 있었던 게 분명한 목적지에 도착했다. 멀리서 봐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안녕. 오랜만이네."

 그 때 사보는 ASL이라 써있는 깃발 밑에 같이 매어진 검은 깃발을 보게 됐다. 분명 하나였을텐데하는 의문이 드는 순간 해답을 알려준 건 때마침 불어온 바람이었다. 저들이 그 옛날 처음으로 달아놓은 깃발 밑에 있던 것은 사보의 첫 출항 때 함께 했었던 해적기였다. 군데군데 찢겨져있어 윗 깃발과는 대비되는 그 광경에 사보는 울컥했다. 저 깃발을 달아놓으며 둘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바다에 정처없이 떠다녔을 저 깃발이 내 것인지는 어떻게 확신했을까? 과거의 그들에게 가서 물어보고 싶었다.

 우리가 첫 출항을 했던 곳은 바로 여기였으니 나중에 너희 둘 깃발도 저기 즈음에 달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사이 사보는 비밀기지의 문 밖에 도달했다. 한 발만 디뎠음에도 불구하고 삐걱소리를 요란히 내는 그곳의 내부는 큰 변화는 없어보였다. 원래 전부 버려진 나무를 주워 만든 것들이어서 원체 제멋대로인 인테리어였지만 군데군데 수리한 듯한 나무들은 새로 덧댄 것이라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었다. 문득 사보는 들어가려 하기 전에 제 발 밑을 살폈다. 자기가 설치해둔 장치였으나 왠지 자꾸 에이스나 루피가 걸려버려 결국 해체했던 함정이 기억속에서 밟혔다. 있을리가 없지. 그 바보들이 설마 다시 만들었을까. 슬쩍 발을 들어 그 밧줄이 있을법한 곳을 피하고 사보는 안으로 들어섰다.

 유리가 반쯤 나갔고 언제 멈춰버린 건지 알 수 없는 시계 밑에서 사보가 찾으려던 물건은 예상대로 그 시계와 함께 멈춰져있었다. 한번에 가야할 곳으로 향했지만 생각보다 오래걸려 어느새 해는 넘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무너질 것같은 난간에 기대어 작은 키를 돌려보니 삐걱거리긴 해도 팽그르르 돌아갔다. 먼지가 푸석하게 쌓인 바닥이었지만 사보는 제 한 몸 들어갈 자리 만큼만 툭툭 털어내고는 그대로 누웠다. 사방이 조용했다. 밤에만 느낄 수 있는 풀내음이 낯선듯 익숙했다. 조용했지만 혼자는 아니었다. 풀벌레가 푸득거리는 소리 부터 밤에만 깨어나는 새들이 이따금 울어대고 바람이 가라앉은 공기를 계속 뒤섞었다. 고요했지만 넘치는 생명력이 그대로 여과없이 그의 감각으로 전해졌다. 그는 차라리 이런 숲에서 태어나고 싶었다. 도시의 생명력은 가식덩어리여서 저 스스로의 의미는 없었다. 모든 것은 더 높은 곳을 향해서 거슬러 올라가길 고대하고 있었다. 자신을 낮춘다는 것은 곧 실패로 직결됐다. 그러나 숲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여유롭지만 나태하진 않았고 거짓되지 않았다. 얽매이고 속박된 삶이란 어디에도 없었다. 살아있는 존재를 은혜로써 보듬는 산과 그레이 터미널에 사는 사람들이 말했던 자유로운 바다를 동경해서 사보는 반드시 자연을 닮은 삶을 살길 바라고 지금까지도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손을 뻗으니 달이 잡힐듯 잡히지 않을듯 아른거렸다. 언젠가 사보는 그믐달에 새끼 손가락을 걸고 내가 원하는 행복을 꼭 얻어내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그 약조를 지켜가고있는 중이었다. 혁명군이란 자유를 얻기위해 투쟁하는 사람들, 진정한 자유는 대가없이 얻는 게 아니라 쟁취하는 것이고 계속 싸워서 잡아야 하는 것이다. 오늘 떠오른 달에게 새로운 약속을 다시 했다. 다음번에 만날 때는 지금보다 더 떳떳하게 당신을 올려다볼거라고. 셋이서 머리를 맞대고 잠들었던 그때 같은 기분으로 사보는 잠들었다.
 루피가 잠꼬대하는 소리가 들려 잠에서 깨어났다. 눈을 뜨자 그의 선실이 아닌 어릴 적 봤던 천장이 보였다. 내가 과거로 돌아온 걸까? 사보는 순간 어리둥절했지만 이윽고 자기는 에이스의 무덤으로 가는 중이라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사보는 의식의 흐름을 잠깐 바꿔보았다. 내가 만약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아예 어릴 적으로 간다면 과연 바뀌는 것은 있을까? 솔직하게 말해서 사보는 그다지 자신있지는 않았다. 몇 번을 반복해도 에이스의 선택은 변함없을 것같았다. 자신이 끼어드는 일 또한 그는 반기지 않을 것이다.

 이제 이 곳에서의 추억은 모두 챙겼어. 함께 휘날리고 있는 깃발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사보는 오던 길을 되짚었다. 윗쪽 마을에 가볼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곧 머리속을 비웠다.

 이윽고 작은 항구에 정박해있던 배가 돛을 올렸다. 오늘은 출항하기에 좋은 날이네. 사보의 옆자리엔 술잔 세 개가 든 자루가 놓여있었다.

 

 섬에 파견을 갈 때도 홀로 간 적은 한번도 없었다. 긴 바다만 내리 이어지는 항해는 혼자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줬지만 그 시간은 충분하다 못해 넘쳐났다. 그런 사보의 머리속에서는 에이스에 대한 여러 감정이 줄곧 얽히고 있었다. 옆에서 의지할 사람도, 그릇된 상념을 바로잡아 줄 사람도 없었다. 에이스에 대한 왜곡된 기억이 마치 원래 기억인양 얌체스럽게 뿌리내렸다. 그것이 시발점이었다. 에이스의 마지막이 어땠는지, 유언이 무엇이었는지 알 턱이 전혀 없는 사보에게 비뚤어진 기억은 그의 믿음을 무너트리기에 충분했다. 에이스가 처음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처럼 그는 자책의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버렸다.

 기분을 전환할 겸 갑판에서 저녁식사를 하던 사보는 잠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허공이 비정상적으로 일렁였다.

 '너는 속으로 우릴 비웃었지? 높은 도시에서 잘 살다가 복에 겨워 우리같은 삶도 한번 살아보길 원했니?'

 에이스는 어릴 적 모습으로 처형대에 묶여있었다. 그는 살의 가득한 눈으로 사보를 바라봤다. 수갑에 묶인 두 팔목에서는 상처가 벌어지고 살점이 뚝뚝 떨어져나가 곧 뼈가 희끄무레하게 보일 참이었다. 사보는 그런 에이스를 가만히 보기만 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온몸이 석고틀에 갇힌 것처럼 딱딱했고 표정은 물론 목소리까지 낼 수 없었다. 그는 여기서도 방관자였다. 사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계속 괴로워하고, 슬퍼하는 일 외에는. 에이스의 발치에서 불이 화륵 붙었다. 에이스는 아까의 말 이후로 사보의 의도치않은 침묵에 대응하듯 어떤 말도 하지않고 있었다. 다만 죽일듯이 노려보는 서릿발같은 눈은 변함 없었다. 불길이 그를 완전히 삼켜버린 다음에야 사보는 눈을 떴다. 아침이었다.

 그 이후로 악몽을 꾸는 건 일상다반사였다. 하지만 그 많은 꿈들 중에서 사보는 단 한번도 발언권을 얻어내지 못했다.

 

 어느 섬에서 술 한 상자를 사서 배에 실었던 날에, 사보는 그가 책상 옆에 둔 신문을 봤다. 에이스의 사망 소식을 알렸던, 뼛속까지 쓰라림이 스며들었던 그 신문에 에이스의 사진이 실려있었다. 무슨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보는 그 사진을 들고 뱃마루로 나왔다. 밤바람이 제법 쌀쌀해졌다. 물살이 급한 지역은 이미 지나온 탓에 바다는 파도도 치지 않았다. 사보는 속으로 셈을 해봤다. 배에 싣고 다니는 식량은 최대 15일치, 그가 악몽을 꾸고 다시 편히 잠들 수 없어 궁싯거렸던 날도 반개월정도 되었다는 뜻이었다. 사보는 바닥에 털썩 앉아 술잔 세 개에 모두 술을 따랐다. 이건 루피,이건 에이스, 이건 내 몫. 제 앞에 술을 따라놓고 한번에 들이켰다.

 "술을 나눠마시면 형제가 된대."

 두 잔, 세 잔, 두 병, 세 병 그 빈 것들이 늘어남에 비례해 사보의 이성도 휘발되어 어디론가 빠져나가는 중이었다. 세 개의 잔을 구별하지 못 하게 됐을 때 쯤 사보는 다시금 사진을 흘깃 보았다.

 "에이스, 너는, 네가 생각하기에 내가 잘못한 것같아?"

 사보가 물었다.

 "널 구하러 갔어야 했어?"

 에이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루피는 널 구하러 갔데. 나는 아니야. 나를 원망해?"

 사보가 계속 물었다. 어디선가 반드시 대답이 들려올 것이라는 근거 없는 확신에 가득 찬 사보는 사진을 노려봤다. 바람 한점 없는 날씨였다. 그렇게 모든 것이 멈춰서 아무 반응이 없는 채 오 분, 십 분이 지나는 동안 사보는 에이스가 저를 무시한다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 나 하고는 말섞을 가치도 없다는 건가? 병 목을 쥔 손이 덜덜 떨렸다. 에이스는 나에게 실망한거야. 그래서 대답도 하지 않는 거고. 머리속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나 같은 건 면죄받을 자격도 없는 거구나.

 "듣고 있으면 대답을 해!"

 술병을 나무 바닥에 쾅 소리가 나게 던지듯 내려놓고 벌떡 일어났다. 잔잔한 흔들림에도 멀미가 났다. 너는 대체 무엇이길래 나를 이렇게 흔들어대느냐, 그리고 선측 너머 달빛이 너울에 걸쳐 넘실대는 것이 보였다.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달은 그 자리에서 가만히 어두운 붉은 빛을 띠고 있었다. 가득 차서 더이상 담을 것도 없어보이는 달이 품고있는 것은 분명 사보의 감정과는 거리가 먼 것임이 명확했다. 그리고 붉은 것은 에이스이며, 책망이었다. 사보는 그것을 지켜봤다.

 "내가 마음에 안들면 나한테 직접 말해야지, 달에게 화풀이를 하면……."

 그리고 순간 제 스스로 놀랐다. 애꿏은 화풀이라는 건 정확하게 뭐지? 내가 지금까지 하고 있었던 거잖아? 실없는 웃음이 허탈함과 같이 배어나왔다. 난 왜 너에게 화를 내고 있었던걸까. 나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근본없는 분노가 의미없음을 마침내 깨닫자 온몸의 힘이 풀렸다. 주저앉은 그를 일으켜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보는 그나마 남아있는 힘으로 겨우겨우 한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손바닥으로 눈가를 꾹 눌렀다.

 "하, 하하..."

 사과를 해도, 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용서를 구해도 모자를 판에 내 마음 하나 다잡지 못하고 엄한 곳에 불만을 돌렸다. 갈 곳 없는 나머지 한쪽 손에 굴러다니던 술잔이 채였다. 손을 뻗어 잡으려해도 자꾸 손가락 사이로 슬그머니 빠져나가버려 사보는 이내 포기했다. 취했어? 그게 아니야. 눈앞이 흐릿했다. 맞지 않은 초점으로는 아무리 움켜쥐려 해봤자 데구르르 굴러가버렸다.

 

 혁명군 기지에서 굉음이 들렸다. 너무나 간단하게 사보를 제압한 드래곤은 그의 멱살을 잡은 채 계속 가만히 있었다. 큰 소리의 잔해가 잦아들자 조용함만이 건물 안을 메웠다. 사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반항은 드래곤을 노려보는 일이었다. 머리속으론 빨리 마린포트로 향해야한다 소리치고 있었지만 그는 이미 많이 지쳤다. 드래곤의 위압감에 눌려 정신을 차리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용했다. 사보는 길게 숨을 들이켜고 느리게 눈을 감았다 떴다. 무언가 큰 결심을 하거나 진심을 털어놓을 때 으레 나오는 버릇이었다.

 "의도적으로 숨겼던 거죠?"

 드래곤은 부정하지 않았다.

 "에이스의 처형 소식도, 처형일도, 아무것도 몰랐어. 에이스를 구하러 갈게 뻔하니까 일부러 연락이 닿지 않는 외진 곳으로 보냈던거야. 내가 굳이 가지 않아도 될 곳인데도 왜 보냈는지 쭉 의문이었는데 이제 다 들어맞았어요. 딱히 틀렸다고 하지 않는 걸 보니 내가 옳은 것같네요."

 반평생 의지해왔던 사람에게 이렇게 속았다고 생각하니 헛웃음이 나왔다.

 "예전 부모는 아무리 권력욕에 찌들었다해도, 적어도 나에게 숨기는 것은 없었어요. 나를 위해서라고 말할 셈인가요? 나를 위해서였다면 에이스의 소식을 누구보다 먼저 알려줘야하지 않나요? 나는 이제 평생동안 그 죽음에 대해,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미처 알리지 못한 것에 대해 죄책감을 안고 하루하루 살아갈텐데 그런 고통이 진정으로 나를 생각해서 나온 결과인가요?"

 사보가 지금같은 큰 배신감과 분노를 느낀 건 살아오면서 처음이었다. 한마디 한마디에 감정이 실렸다.

 "당신은 쓸데없는 싸움에 전력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나를 속여놓고 좋은 말로 포장해서 덮으려 하고 있어요. 에이스와 나는 형제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 가족이 죽는 것을 모른 척 하라고? 세상에 어느 누구가 형제가 죽어가는 것을 보고만 있어? 내 마음이 어찌되든 몸만 건사하면 된다는 뜻이잖아요?"

 목이 메여서 목소리가 눌리고 감정이 북받쳐 몸이 떨렸다.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래곤을 보는 시선은 흔들림없었다.

 "이번에도 도구였던 건가요?"

 한 글자마다 독기를 품었다.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당신의 야욕을 채우기 위한 장기말!"

 악에 받혀 소리지르던 사보는 그대로 벽에 밀어붙혀져 충격과 함께 더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하게 됐다. 이미 등 쪽의 옷은 찢어져있는 상태여서 새로 생긴 타박상으로부터 피가 흐르는 게 느껴졌다. 머리도 심하게 울렸다.이제 상대를 노려보는 주체는 드래곤으로 바뀌었다.

 "자신의 가치를 그 정도 밖에 파악하지 못하는 점에 대해서 매우 실망했다."

 그는 잠깐 뜸을 들이고는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난 한번도 '너를 위해서' 그의 소식을 알리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다. 다 네가 멋대로 판단해서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겠지. 다시 한번 진중하게 생각해봐라. 내가 언제 '너'를 위해서 그런 일을 했다고 한 적이 있는가? 더욱이 그것을 구실로 너에게 이해를 강요하지도 않았다. 사실을 숨긴 일에 대한 잘못은 인정한다만, 한쪽의 의견만 가지고 일반화한다는 것으 매우 편향된 옳고 그름을 가르는 방법이다. 그곳에 가면 안 죽는다는 보장이 어디있지? 나는 아직 이 나라를 상대로는 부족한 사람이다. 네 형제를 구하기 위해선 세상과 맞서야한다. 하지만 지금의 너는 나 하나에도 버거워하는데, 이쯤되면 답이 나오지 않나? 방금 전 네 입으로 직접 말해서 잘 알텐데. 가족이 죽어가는데 모른척 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나도 마찬가지다. 그를 구하긴 고사하고 살아서 돌아올거란 확신도 서지 않는 전장에 자식을 보내는 부모가있을 거라 생각했나?"

 

 그 뒤에 드래곤씨는 '네가 아무리 애써도 이뤄지지 않는 일이 있다.'라고 했었지. 사보는 무언가 깨달은 듯이 굴러간 잔을 세게 잡아챘다. 그리고 만약 그 일이 이뤄진다면 넌 한단계 성장한거라고도 했었어. 손에서 차갑고 딱딱한 감각이 선명히 느껴졌다. 밤 바다는 조용했다. 너무나 고요해서 모든 것이 죽어버린 것같았다. 그런 죽음과도 같은 공간에 사보는 혼자 존재했다. 에이스는 임펠다운에 수감되었고 마린포드로 홀로 끌려갔었다. 홉사 지금과 같은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 두 손목을 묶은 열기 없는 돌덩이는 지금 사보의 눈앞에 빛마저 삼킬 기세로 넓게 퍼져있었다. 어디에도 그의 아군은 없었으리라. 한발 내딛으면 서늘한 돌바닥이고 또 한발 내딛어도 희망 없는 계단이 이어졌을 것이다. 사보는 그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알기에 그것의 몇 배나 될 절망감을 감히 가늠해봤다.

 에이스의 수감소식이 처음 보도된 날 사보는 아마 예정에는 없던 일정에 참여했을 것이다. 처형일이 확정된 날 사보는 귀환하는 배에서 책을 읽으며 한적한 오후를 보내고 있었을 것이고 처형일에 그는 타지에서 얻은 열병으로 인해 온갖 환상에 자신을 빼앗겼을 것이다.

 과정이야 어떻게 됐건 에이스는 죽었다. 그리고 사보는 멀쩡히 살아있었다. 이 검은 바다 위에 죄 많은 생명체는 사보밖에 없었다. 규칙적이려고 노력하는 숨소리가 그가 깨어있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과연 살아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죄가 되는가? 사보 자신에게는 그렇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단정짓지는 않았다. 그의 기억 속 에이스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끝없이 정의내리고 싶어하는 아이였다. 그가 만약 지금 존재 가치에 대해 죄 있음을 판결내린다면 그는 에이스를 부정하는 꼴이 된다. 그러니 지금 이 상황에서 사보는 홀로 살아있음에 대해 속죄하는 것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단지 가족의 죽음이 비통해서였다.

 그런 이유에 기인하여 사보는 그 날부터 짊어졌던 것들을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다. 혁명군의 배에 오른 다음, 그는 운 적이 없었다. 스스로 아이처럼 굴지 말자고 다짐해서였다. 지독한 화상치료에도, 하루종일 바쁜 일과에 몸과 마음이 한없이 지쳐버렸을 때도 그는 묵묵히 버텨냈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왔다. 바꿔말하면 그는 어쩌면 단순히 아이처럼 구는 방법을 아예 잊었을 수도 있었다.

 다행히도 목놓아 우는 방법은 잊지 않았다. 그냥 그대로 머리를 거쳐 생각할 겨를 없이 마음에서부터 나오는 비애를 쏟아냈다. 눈치볼 이유가 있나? 이 바다에선 사보를 제외한 모든 것은 죽어있었기에 지금 이 상황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순수하게, 그와 자신과의 관계, 혁명군으로서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형제가 제 곁을 떠났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10년간 애써 눌러왔던 것들을 단번에 털어낼 수 있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에 반하여 땅이 꺼지듯 그는 모든 것의 밑바닥까지 떨어진 기분이었다.

 "에이스!"

 치켜든 얼굴은 눈물로 엉망진창이었다. 눈꼬리가 붉게 충혈되어 이미 흘러온 것들을 다시 뜨겁게 달구고 내보내, 광대뼈 언저리부터 목선까지의 눈물길은 살을 깊게 팼다. 그는 지금 여기 없는 것을 잘 알면서도 혹시 들을지도 모르니 사보는 목소리를 한껏 키웠다. 마음에 담아두기만 한다면 아무도 알지 못하기에 죄다 말하기로 결심했다.

 "나는 죄책감 때문에 우는 게 아니야. 단지 형제가 죽었다는 사실이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 중에서 제일 슬픈일이어서야."

 예상만큼 큰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목소리가 갈라져서 제대로 알아듣기는 할까 싶었지만 그래도 더욱 크게 내질렀다.

 "물론 용서를 구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 아니, 많아!"

 손에 들고 있던 잔을 더욱 세게 그러쥐었다.

"하지만!"

 목소리가 떨렸다.

 " 그런 이유로 슬퍼하지 않을거야. 가만히 앉아있다가는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어!"

 사보는 마치 그의 앞에서 말하는 기분이 들었다. 바로 앞에 서서 간간히 고개를 끄덕여주며 눈을 맞추고 모든 말과 생각을 들어주고 있는 것같았다. 그러기에 사보는 말을 할수록 더 감정이 격해졌다. 이제는 제가 문장을 구사하고 있는지, 단순히 흐느끼고 있는지 분간도 안 될 뿐더러 술기운과 잡다한 것들이 한데 섞여 현기증이 일고 욕지기가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보는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이것들을 말할 기회가 없을 거라고 여겨 억지로 스스로를 일으켜세웠다. 구역질 대신 생각을 토해냈다. 쓰러지지 않고 더욱 눈을 치켜떴다.

"언젠가 네가 말했었지. 계속 이겨서, 이름을 남겨서 널 무시했던 사람들을 돌아보게 하겠다고. 비록 네 마지막을 지켜보진 못 했지만, 너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도 전혀 모르지만, 만약 이 말이 너의 의지이고 목표였다면 분명한 건 너는 적어도 후회없는 삶을 살았을 거라 생각해!"
 무거운 붉은색 달이 점점 제 원래 빛을 찾아가고 있었다. 사보는 이건 달에게 하는 또 다른 약속이라고 여겼다.
 "그날 이후 하루도 널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어. 항상 눈을 뜨자마자 드는 생각은 다시 현실로 돌아와버리고 말았구나 였으니까. 네 죽음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사람들을 전부 잡아다 문초할 계획을 세우기도 했고 매일 밤마다 네가 죽기 전에 어떤 기분이었을지 생각하며 잠들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전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망상일 뿐이었지뭐야."
 그것들은 스스로를 좀먹는 시간이었다. 계속 구멍을 늘여가서 결국엔 천을 덧대기도, 기워낼 수도 없는 지경까지 이르게 만들었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부터 더이상 지나간 것들에게 매달리지 않겠어!"
 격해지는 내면은 도무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사보는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예리한 낚싯바늘에 입천장을 꿰여 속살을 찢는 통증에 퍼덕거리는 물고기에게 참으라고 윽박지르는 이가 없을 이유와 같으리라.
 "너와 나의 목표는 다르겠지만!"
 호흡이 가빠져 말에서 강점을 두는 부분이 빈번해졌다.
 "너를 잊지 않기 위해서, 과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나는 네 의지를 이어가겠다, 에이스!"
 마지막 세 글자는 절규에 가까운 오열이었고 끝내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통렬한 현실을 마주하고나서의 몸부림이었다. 결국 들통날 것이 뻔한 허구 속에서 행복했던 시절만을 반복하다가 끝내 그 허상이 깨지고나서의 상처보다 차라리 지금 모든 것을 인정하고 새롭게 나아가자는 것이 그의 의도였다.
 "흐윽...윽..."
 그 이름을 말한 것을 끝으로 사보는 그대로 바닥으로 무너졌다. 모든 것을 털어냈다고는 하지만 역시 응어리진 부분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그는 그렇게 꿇어앉은채로 에이스의 사진과 술잔 세 개 앞에서 동이 틀 때까지 앙금이 되어버린 남은 마음들을 모조리 바다로 흘러보냈다. 마지막 눈물과 마지막 미련 한 방울까지.

 달포 뒤 배는 최종 목적지인 섬의 끄트머리에 정박했다. 양 손 가득 들고있는 물건들을 혹여나 놓칠세라 단단히 붙잡고 땅을 밟았다. 탁 트인 풍광을 가진 그 섬은 바람이 훑을 때마다 쏴아하고 들판의 잔디가 파도 노릇을 했다. 물결은 지평선을 이뤘다. 그리고 그 끝에는 두 개의 이름이 말없이 버티고 서있었다. 사보는 마치 물 위를 걷는 것같다고 느끼며 한발 내딛었다. 공기의 빠른 흐름이 만들어내는 광경은 생각보다 훨 근사하고 웅장하게 눈과 귀와 피부로 전이되었다. 사보는 눈을 감았다. 융단같이 길게 깔린 그 길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려 애썼다. 이제 최후에 눈을 뜨면 네 이름이 보이리라. 음각으로 깊고 날렵하게 새겨져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품고 그 자리에서 영원히 움직이지 않을 너의 무덤이 내 머릿속으로 이 세상 무엇보다 빠르게 틈새를 비집고 들어올테지. 그리고 나는 너란 존재의 소멸을 끝끝내 인정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아무리 여러번 되새김질 해도 익숙해지지 않아 매번 흉진 상처 위를 다시 한번 서슬퍼런 칼날의 끝으로 긁어내는 것과 흡사했다. 귓가에서 더 이상 앞으로 가지 말라고 웅성거렸다. 마침내 처절한 빛을 맞이할 시간이었다. 마침내 그 상처에서 흐르는 피를 달군 인두로 눌러 멎게 할 시간이었다. 사보는 가져온 물건들을 발치에 내려놓고 질끈 감았던 눈을 떴다. 저만치에서 봤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감상이었다. 그곳에 누워있는 네 표정은 나와 처음 마주했을 때의 그것과는 분명 다르겠지. 술잔을 꺼내어 세 잔 모두 술을 따랐다. 맑은 액체에 반사되는 것은 구름이었다. 그것들은 금세 다른 잔으로 느릿느릿 넘어갔다가 곧 그 속을 빠져나갔다. 사보는 무덤 똑바로 응시했다. 그의 기억속에서 살아움직이는 에이스는 10년전 악동일 뿐이었다. 그 꼬마는 아직도 코르보 산에, 그레이 터미널에 살고 있었다.
 "에이스."
 이상하게도 제일 먼저 울컥 터져나올줄 알았던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 대신 이름 세 글자를 머금은 입 속에서 꺼끌하게 씁쓸함이 묻어나왔다.
 "포트거스... 디 에이스."
 묘비에 새겨진 것을 손가락으로 쓸어내리며 재차 이름을 되뇌었다. 역시나 입 안에서 맴도는 그것은 어떠한 수사법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알싸한 자극이었다.
 "널 이렇게 만나면 울음부터 나올줄 알았어. 그런데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은 아무래도 우울한 것들은 아닌 것같네."
 사보는 에이스의 모자가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장면을 눈에 담았다.
 "아마도 이제 더 흘릴 눈물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겠지."
 사보는 살짝 웃었다. 언뜻 그가 꿈에서 봤던 에이스의 표정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쳐지나갔다. 할 말을 잔뜩 준비했었지만 돌연 머리속에서 사라져버린 그것들을 사보는 애써 다시 기억하려하지 않았다. 그는 모자를 벗고 한걸음 비스듬히 물러서 두 개의 무덤에 목례로써 조의를 표했다. 만남은 이정도로 충분했다. 그는 다시 모자를 눌러썼다.
 "네 입으로 기다린다고 했으니 그 약속은 꼭 지켜. 루피는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사보는 그대로 무덤을 뒤로하고 걸어갔다.
 "잘 있어."
그가 단 한번도 뒤를 돌아보거나 멈칫하지 않은 이유는 아마 아무런 미련도 남기고 싶지 않아서일 것이다. 그는 그렇게 새로이 계승된 의지를 안고 다시 바다로 나갔다.


┌epilogue┐

 

……'이제 행복해보이네, 에이스.' 라고 말을 했더니 그는 하던 말을 멈추고, 분명 웃고 있었지만 어딘가 애달픈 표정으로 나를 와락 안았다. 갑자기 왜 그러냐고 질문하려고 했을 때 먼저 선수를 잡은 건 에이스였다.

 "사보,

나는 말이야, 내가 어디에도 쓸모없는 존재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살아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
 "그건 내가 널 처음 만났을 때부터 했던 말이잖아. 내 말은 귀담아듣지 않았구나."
 사보는 짐짓 토라졌다는 뜻을 내비쳤다. 에이스는 그랬었나,라고 웃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나 같은 악귀의 자식이어도 스스럼없이 대해주는, 나를 위해 기꺼이 싸워주는 사람들이 저 광활한 수평선을 가득 채울만큼 있었어.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내가 살아가길 원하는 사람들이. 나는 그만큼 행복했었어. 그러니 너는 절대 후회같은 건 하지마. 내 선택이고 내 인생이었으니까."
 에이스는 말을 마치고는 끌어안았던 손을 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에이스...?"
 연유없이 어딜 가느냐고 그의 팔목을 붙잡으려 했지만 손아귀에 남는 것은 없었다.

 "잠깐, 그냥 가버리는 거야? 갑자기 왜?"

 에이스는 다시 아까전의 표정을 짓고는 고개를 숙였다. 더 있으려고 했는데 네가 쓸데없이 내가 할 말을 눈치채서 그런거잖아, 사보. 그는 잠깐 숨을 고르고 나를 바로 보았다. 더 많은 감정이 얼굴을 오가서 생각을 가늠할 수 없었다.

 "기다릴게. 반드시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어. 동생을 잘 부탁한다. 그리고 사랑해줘서

 ...고마워."

 나는 땀과 눈물 범벅이 된 채로 가쁜 숨을 몰아쉬며 눈을 떴다.

 

 

 

 

우웅..드디어 끋났네요 허엉 힘든 시간이었다...

사실 이건 언제 완결될지 모르는 썰이었는데 중간에 에피소드 오브 사보가 나온다는 얘기를 듣고 어엌ㅋ빨랑 써야게싿ㅋㅋㅋㅋㅋ하고 마음속의 마감일을 8월 22일로 잡았는데 최근에 에이스가 본편에 나왔따는 얘길 듣고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다음 편에 과거썰 나오는 거 아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망ㅋㅋㅋㅋㅋㅋㅋ...해서 원래 이번주 수요일까지....정확히는 목요일까지 마무리하려고 했었어요  뭐 이번에 나오지 않아서 다행이ㅣ긴 하지만(와중에 한컷 나온 엥수가 핵이쁨) 으음 그래서 결론은 장장 두달인가에 걸친 무려 10000자가 넘눈(!)글을 마무리했다는 거에 제 자신을 매우 쓰다듬고 싶어요 마감날ㅈ짜는....엉....ㅋ....ㅇㅋㅋ...쨌든

아 뭔가 하곳ㅍ은말 많안뜨ㅔ 기억ㅇ 안 나내요 ㅇ응 제 의도는 님들이 이걸 읽으면서 사보킁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그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줬으면 하는 맘이 가득한대 그건 좀 무리인 것같내여ㅠ 슬픈 글이 아니라 슬픈 척 ㅏ는 글이라 제가 다 슬퍼짐 허엉 존잘되고십다 아 글이구 긴 글(ㄹㅇ)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고마워요 오글거려도 끝까지 읽어줘서 고마ㅜ어여ㅠㅠ

아 생각남 중복되는 단어가 핵많은데... 딱히 읽는 데 지장 업ㄷ죠? 넘어가줬으먄... 그리고 간접인용구 같은 것도 그냥 써벌여서 아 그리고 맨 마지막이 의식의 흐름이 핵쩔어서 아니 뭐 어쨌뜬.

오타나 문법 띄어쓰기 지적 환영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들 빼고ㅇㅁㅇㅁㅇㅁㅇㅁㅇㅁㅇㅁㅇ

아 이제 태티님 게임하러가요 자유다! 모오 연성노예쟈나이

Posted by sakasor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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