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이 경이로움의 끝은 어디인 걸까. 에이스와 만난 이후로 모든 것이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저녁 노을 색으로 빛나던 비늘이 완전히 사라졌고 몸의 자잘한 지느러미들도 자취를 감췄다. 에이스는 여전히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 순간 사보는 에이스가 지금 몸에 걸친 것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본인은 신경도 안 쓰는 것같았지만 그는 서둘러 코트를 벗어 에이스에게 둘러주었다. 그 몸이 물기로 가득하다는 건 심각하게 고려할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에이스는 그제서야 물끄러미 사보를 바라보았다.

또 다시 비명소리가 바다로 퍼져나갔다. 에이스는 힘들게 뭍으로 올라와놓고는 도로 바다로 빠질 뻔했다.

"사보? 사보!"

사보는 넋을 놓고 있다 그를 부르는 소리에 퍼뜩 정신을 되찾고 에이스를 보니 그는 '나 이제 마을에 갈 수 있는 거지?'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에이스."

비장하고 진지한 목소리였다.

"응?"

너무나 설레서 하늘로 날아갈 것같던 에이스의 기분은

"너 지금 걷기는 커녕 일어서지도 못 하지?"

그대로 깊은 저 바닷속으로 가라앉아버렸다. 뛸 듯이 기뻤지만 뛰지를 못 했다. 감정의 변화가 매우 단순한 에이스를 보며 사보는 속으로 웃었다. 뭐, 어쨌든 그럼 이제 같이 놀러다닐 일만 남았네. 그 역시 다가올 설렘에 오랜만에 기분 좋게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같은 생각이 들었다.

"원래 두시 쯤이 제일 더울 때야." 에이스는 휠체어 위에 앉아서 얼음을 띄운 파인애플 주스를 빨대도 빼버린 채 입에 몽땅 털어놓는 중이었다. 마을에 와서 제일 첫번째로 한 일은 옷을 사는 일이었다. 에이스는 처음엔 불편하게 왜 그런 걸 입냐고 불만섞인 질문을 했지만, 너 혼자 독특하게 다니면 사람들이 인어인지 알아채고 잡아간다는 어린아이 달래기 수준인 사보의 거짓말에 속아넘어가 얌전히 따라가겠다고 했다.
정오의 햇빛은 곧바로 에이스의 정수리에 꽂혔다. 사보는 더워서 축 늘어져버린 에이스의 머리에 새로 산 모자를 씌워줬다. 꽤나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였다. 그 이후로 에이스는 그와 만날 때 한번도 빠짐없이 그 모자를 쓰고 왔다.

걷기 연습은 오래 걸릴 줄 알았으나 의외로 얼마 걸리지 않았으며 오히려 물 속에서의 무게에만 익숙해져있는 그에게 육지의 무게는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일어서기, 걷기, 뛰기, 달리기보다 달라진 중력에 익숙해지는 일이 더 오랜 시간이 들었다.
그들은 서로 맨살끼리 접촉하는 것을 꺼리고 있었으나, 언젠가 에이스가 발이 꼬여 넘어지려 했을 때 그의 드러나있는 팔을 잡고 일으켜줌으로써 그들의 조심성은 하나도 필요 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후로 에이스는 사보에 달라붙어있는 시간이 더 늘어났다.
Posted by sakasor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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