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보는 그 이후로 계속 에이스와 낡은 나룻터에서 만났다. 확실히 홀로 멍하니 수평선만 바라보던 시간들 보다는 더 즐거웠다. 비록 특정한 장소에만 국한된 만남이었지만 그 때문인지 많은 대화가 오갔다. 사보는 마을에 대해서(에이스는 축제와 불꽃놀이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에이스도 자신이 사는 곳에 대해서 설명 해주었다. 사보는 그로부터 들은 이야기 중에서 조개들에게 진주란 정말 쓸모없는 물건이라고 여겨진다는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에이스는 무지개에 대한 얘기도 했었다. 무지개의 양 끝은 세상의 끝에 걸려있고, 그 밑엔 보물이 잔뜩 파묻혀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꼭 한번 무지개가 시작되는 곳에 가보고싶다고 했다.

"보물이 가지고 싶어서 그런거야?"

"아니 그런 것보다는 세상의 끝은 어떨까 궁금해서. 보물이 완전히 탐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사보는 이제 인어도 존재하는 마당에 무지개의 끝이 없을 건 뭐람.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같이 가주겠다 약속도 했다.

사보는 더이상 가게에서 생선을 사가지 않아도 되었다. 에이스는 사보가 낚시를 몰라서 그런게 아니라 물고기를 낚을 의지가 없었다는 것, 부모님을 속이기 위해 가게에서 물고기를 사간다는 걸 알고 나서는 자기가 대신 가져오겠다고 말했다.

에이스는 마냥 바라만보던 사람과 소통해서, 사보는 처음으로 자신의 말과 행동을 무시하지 않고 하나하나에 반응해주는 사람을 만나서 기뻤다. 둘은 이후로 빠른 속도로 친해졌다. 오늘은 날씨가 좋네, 구름이 새 모양이네 하는 시시콜콜한 대화도 마냥 즐거웠다. 물론 가끔은 싸우기도 했다. 그러면 토라진 쪽이 상대가 쫓아오지 못하는 방향으로 도망가는데 얼마 안가서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렇게해서는 나 자신만 외로워지기 때문이었다.

어느날 에이스는 육지를 직접 구경하고 싶다고 했다. 사보는 넌 물 속에서 못 나가잖아? 하고 비웃어줬다. 다음날 사보가 사진을 가져와 보여줘도 에이스는 계속 칭얼댔다. 사보는 어이없음 반, 궁금함 반으로 그에게 질문했다.

"그럼 나가는 건 둘째치고, 너를 내가 어떻게 데리고 다녀야할까?"

에이스는 곧바로 답했다.

"네가 업고 다니면 되잖아?"

그렇게 악의없이 천진난만한 표정은 지평선 수평선을 통틀어 세상에 더는 없을 것같다고 생각한 사보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너네, 피부 온도가 달라서 인간하고 직접 닿으면 화상 입는다며. 저번 일은 벌써 까먹은거야? 그래도 하루종일 업혀있을 생각이었던거야?"

에이스는 그건 전혀 생각치도 못했다는 것을 얼굴의 모든 근육을 사용해서 드러냈다. 그는 눈만 수면위로 내놓고 이리저리 돌아다녔다.(에이스가 무언가 생각할 때 나오는 습관이다. 보기 힘든 광경.) 그리고 얼마 지나지않아 비장한 어투로 말을 꺼냈다.

"구경할 수만 있다면 그런 아픔 쯤이야..."

에이스는 정말 진지했고 사보도 진지하게 머리를 짚었다.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어보였다.


너무 질질끄는 것같아서 일단 써 놓은 분량만 업로드..


Posted by sakasor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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